서른 셋 이런 저런
이런 저런 서른 셋 서른 둘 스물 일곱 스물 여섯 스물 다섯 스물 넷 방명록

변함없는 한 해 였다.

스무살 이후로 연말에 항상 느끼는 이 기분을 극복할 방법을 모르겠다.

작년에 본 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집(할일이 없어 우연히 집어든 진중문고였다.)에 글쓰는 방법에 대한 글이 있었다.

글을 쓰는데 첫 문장이 막힐때 팁에 대한 내용이였다.

첫 문장이 막힐때는 '굴튀김'에 대한 내용을 쓰는 것으로 시작하면 덜 어렵다나?

'굴튀김'은 예시중 하나로 말한 것이겠지만. 이 내용 단순 농담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생각보다 효과가 좋았다. 학기 중 레포트를 써야 할 때 하나도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 예시였던 '굴튀김'으로 시작해 논어에 대한 글을 썼다.

진짜 '굴튀김'으로 논어에 대한 글을 썼다.

어쨌든 글쓰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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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나는 정말이지 맘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

스무살이 기점이였다. 완전히 인격적으로 파탄나고 망가진 지금에야 어떤 계기가 이 모든일의 시작점이였는지 깨달았다.

그 계기를 기점으로 하루 하루 망가지기 시작한 것 같다. 삶의 중요한 갈림길에서 나를 망가트릴 만한 길만 골라서 잡아갔다. 지금 생각하면 한심하기 그지 없다.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나를 더 효과적으로 무너트릴 수 있는 길만 골라서 갔다. 변명일 수도 있다.

결과가 지금이다.

하나하나 선택한 결과인 지금이다.

열 여덟, 열 아홉의 올 곧은 마음가짐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스물 다섯을 마주한 나는 아무것도 남은것 없고 텅빈 내용물을 포장하기 급급하다. 하루하루 사람들을 마주하며 내 포장지가 언제 뜯어지지 않을까 불안해하며 고슴도치처럼 날을 새우고 사람들을 경계하고있다.

한편으로는 누군가가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여주고 이해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벽을 뚫고 나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줄 수 있는 사람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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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와 학년과 졸업과 취업에 등떠밀린다. 손 하나 까딱할 의지도 없이 대학 생활에 한계를 맞이했다고 생각하지만 이제 어쩔 수 없다. 한 걸음씩 남들을 따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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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는 누군가에게는 추억의 장소일 수도 있겠구나' 라고 크리스마스에 대명거리를 지나며 생각했다. 한편으로 나는 전혀 그럴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눈까지 내리고 지랄이였다.

올해는 이것으로 마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