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셋 이런 저런
이런 저런 서른 셋 서른 둘 스물 일곱 스물 여섯 스물 다섯 스물 넷 방명록

이제 32살의 10월이다.

5년간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건 지나간 일들이다.

지금은 "기억" 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

요즘 같이 날씨가 급하게 바뀌는 시기에는, 변하는 온도나 습도 바람, 냄새가 과거의 어떤 기억을 불러 일으키는 순간이 있다.

전혀 맥락이 없이 출근길에 지하철에서, 점심밥을 먹으러가는 길, 퇴근길, 운동을 하러 가는 길과 같은 일상적인 순간에 과거 어느 순간의 기억들(예를 들어, 10년 전 학창 시절의 일, 부모님과 같이 여행을 떠났던 기억, 과거의 연인들과 떠났던 데이트)같은 기억들이 떠오르고는 한다.

이런일을 겪을때마다, 당황스러운 기분이 들고는 했다. 어떤 맥락에서 갑자기 오래전의 기억들이 떠오르고는 할까? 항상 즐거운 기억만 떠오른다면 좋겠지만, 갑작스럽게 재난처럼 머릿속에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이 그날 하루의 기분을 다 망칠 수도 있는 일이다. 물론 행복한 마음이 들게 할 수도 있다.

나는 이런 현상을 기억이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그 기억을 한번 열어보고 머릿속에서 삭제 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로 했다. 그 순간이 지나면 영영 다시는 떠오르지 않는 기억. 나이의 탓으로 기억해야할 것들이 꽉 차서 그런것인지, 8월, 9월 매일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것인지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이제 나에게도 하나 둘 지워져야하는 과거의 기억들(좋건 나쁘건)이 있다는 것이다.

올해 봄부터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사진들을 저장했다. 원래는 사진이 모이면, 컴퓨터에 사진들을 골라서 옮겨서 저장하고는 했다. 지금은 클라우드에 모든 순간이 저장되어 있고 내가 기억하지 않는 순간들까지 모두 저장한다. 그걸 골라내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은 인생의 어느 순간을 부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몹시 괴로운 일이다. 예나 지금이나, 나이가 먹어도 자기 부정의 과정은 항상 괴로운 일이다.

끊임 없는 자기 부정과 반성을 반복해나가는게 어른이지 않을까. 꽤나 괴로운게 어른이다.

이런 순간마다 이런 글을 하나씩 남긴다. 모아져있는 글들을 보면 웃기기도 하다.